시. 풍경. 노래

보행주의

온누리햇살 2016. 2. 13. 23:53

 



스마트폰 앨범을 정리하다 몇 년전 겨울 순천만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낭만적인 갈대숲...

속삭속삭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서 서로 간질거리고 있는 듯하다.

잘 닦여진 나무 산책길...

아무리 철천지 원수지간이라도 그저 함께 말없이 걷기만 해도

저절로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정스러워 보이는 길이다.




그런데... 

찍을 당시에는 미처 몰랐는데 오늘 보니 선명하게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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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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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주의? 보행주의! 보행주의^^

도착지는 이미 정해져 있고

가는 길도 잘 다듬어져 있고

그래, 조심조심 걸으면 될 일이다.

옆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나무 산책길이 상하지 않게.

어쩌면 하늘 아래 우리네 삶이 그런지도...

결국은 하늘 품에 안길 터인데

때로는 고단하고 가끔씩 위태로운 듯해도 하나님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으니

우린 그저 하루하루 신중하게 배려하며 서로 다정스레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 내딛기만 하면 될 것을...

정작 염려할 것은 종착역이 어디인지에 대한 두려움도 아니요,

가는 길에 대한 불안함과 낯설음도 아니요, 

우리의 걸음걸이인 것을...


보행주의!

오늘도 내 걸음걸이부터 돌아볼 일이다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함께 걷는 이의 걸음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엔 온통 가르침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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