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묵상^^
우리 집은 연탄을 땐다.
연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에도 연탄이 있나?' 했었다.
시골 교회에 와서야 아직도 연탄을 때는 가정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울 남푠, 시골 교회 와서 상남자 다 됐다.
인터넷 보고 연탄 보일러도 직접 설치했다. 대다나다---^^
고딩, 초딩 우리 아이들은 연탄불에 쫀디기도 구워먹고 고구마 감자도 구워 먹는다.
나중에 추억거리가 많을 거라나?
그러면서 하는 말,
"얼른 도시로 나가야 여길 추억하지, 여기가 얼른 과거가 되어야 추억하지." 그런다.
시골 생활이 좋으면서도 불편하긴 불편하단 말씀.
이것들아, 어디에서든 그냥 마구 누려~~~~~
오늘은 연탄 묵상^^
새까만 놈이 참 야물딱지다.
간혹 업체에 따라 덜 여문 연탄이 배달되어 오기도 하는데,
그 놈은 재가 되어도 하얗지가 않고 시커멓게 그을러 있고 푸석푸석 잘 부서진다.
무릇 인간도 그러하리라.
덜 된 사람은 뒷 모습조차도 추하고 뒷수습하는 사람 힘들게 하겠지.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저 구멍 때문에 불이 잘 붙고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겠지.
비워주는 여유, 나를 허락하는 아량, 들을 줄 아는 너그러운 귀...
질서없이 마구 숭숭 뚫려있지 않고, 적당한 크기와 갯수로 딱 맞게 구멍이 뚫려 있다.
다 타고 남은 재는 무척 가볍다.
한 장에 500원도 안되지만 활활 자기를 불태우고 기꺼이 가벼워진다.
세상에 미련두지 않는다.
나이 들어 노욕을 부리고 권력과 명예에 집착하는 우리 인간과는 비교가 안되는 자기 비움이다.
간혹 연탄재 처리가 골치인 경우도 있지만
지대가 낮은 땅을 돋우는 데 쓰기도 하고 건축 보충재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연탄.
오늘도 너에게서 배운다.
야물고 반듯하게 살아야 함을, 늘 열려있어야 함을, 언제나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함을...
지난 밤도 너로 인해 따듯하게 잘 잤다.
500원도 안되는 네가 세상을 따듯하게도 하지만,
차가운 세상 버틸 수가 없어 세상을 등질 때 사용하는 도구도 된다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자랑스럽게 너를 배달하고 너를 사용하고 너를 예찬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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