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
어렴풋이 내용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찬찬히 읽고 마음 깊이 잔잔한 감동과 함께 다시금 내 삶의 긴 여정을 음미하며 '자아의 신화'와 '표지'와 '마크툽'을 읊조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진정한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신비로운 작업을 가리키는 것 만은 아니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배우고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찾아 그 신화를 사는 것이다. 그것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각자의 보물을 찾는 여정과도 같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다. 보물을 찾기까지의 그 여정이 마치 실제 연금술의 과정과도 같아 신비스런 감동을 더해준다.
줄거리
16살까지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산티아고는 문득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 신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양치기가 되어 떠돌기 시작한다. 그렇게 양치기가 되어 평온하게 각지의 친구들을 만나 배워가면서 살아가던 어느 날 같은 꿈을 두 번 반복하여 꾸게 되고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가면 보물을 찾게 된다는 집시의 꿈해몽을 듣게 된다. 갈등하는 산티아고에게 늙은 살렘의 왕이 나타나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 산티아고의 임무라고 일깨워준다. 결국 산티아고는 양을 팔아 여비를 마련하여 여정에 오르지만 여정의 첫날에 전 재산을 다 도둑맞게 되고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크리스털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산티아고가 점원으로 일한 후 가게는 번성하고 산티아고는 다시 보물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된다. 사막을 횡단하는 무리 중에 연금술사를 찾아간다는 영국인을 만나게 되고 전쟁 때문에 오아시스에서 발이 묶였을 때 산티아고는 운명의 여인 파티마를 만난다. 보물보다 소중한 파티마와 결혼하여 오아시스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으나 파티마의 격려와 연금술사의 설득으로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사는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만물의 언어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보물이 자기가 원래 있던 자리, 처음 보물 꿈을 꾸었던 그 자리임을 깨닫게 되어 결국에는 돌아와 그 보물을 찾게 된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단어 '자아의 신화', 내 자아의 신화는 무엇일까? 나의 참된 운명, 내가 지향하는 바, 내게만 주어진 하늘의 비밀... 문득 잊고 있었던, 아니 거대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스스로 눈 감고 있었던 내 '자아의 신화'를 다시금 일깨우고 점검하게 되었다.
" ...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47쪽)
내가 간절히 원하는 바, 그것은 우주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이 땅에서의 나의 임무라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230쪽)
무엇보다도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바로 두려움이라는 것!
'표지'와 '마크툽'
책을 읽는 내내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마크툽'과 '표지'! 마크툽은 '기록되어 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라는 의미이다.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오직 거대한 한 손에 의해 기록된 것이며 '표지'에 따라 예비되어 있다는 것. '마크툽'은 어쩌면 꿈을 좇아 자신의 길을 용감하게 걸어가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며 '표지'는 그 여정에서 매 순간순간 방향을 제시해주고 이미 예비된 자신의 삶 속 행복을 예측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오직 이 순간!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은 사막의 낙타몰이꾼이 산티아고에게 했던 말이다.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 만이 있고, 현재 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게요. ...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144쪽)
현재를 중시하는 삶, 충실하게 현재를 사는 것, 그것이 과거와 미래를 함께 빛나게 하는 것이리라. 사랑은 영원한 현재형, 생명도 영원한 현재형이리라... 열심히 오늘을 살 때, 경건하게 내 눈앞의 오늘을 대할 때, 지난 과거조차도 아름다운 자산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미래는 영롱한 열매로 다가오는 것리리라.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는 일이 결국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보물을 찾아내는 일이며 그것이 바로 참 '연금술'임을 일러주는 책이다. 다시금 옷깃을 여미고, 신발끈 단단히 매고, 잠시 잊고 있던 나 만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야 겠다. 어차피 '마크툽'! 그분의 큰 손에 모든 것이 예비되어 있을 터, 난 그저 매 순간순간 보여주시는 '표지'따라 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면 될 일이다. 명민하게 표지를 읽어내고 성심성의껏 나의 여정을 걸어가면 될 일이다. 모든 두려움 떨치고 나의 신화를 찾아서... 처음 꿈꾸었던 그 곳에 나의 보물도 숨겨져 있겠지.
버려진 낡은 교회 무화과 나무 아래 성물 보관소, 바로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