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 삶. 꿈

꿈꾸는 자 잡혀간다

온누리햇살 2016. 3. 2. 15:19



<꿈꾸는 자 잡혀간다>, 송경동, 실천문학사, 2011


현장에서 활동가로 투쟁가로 뛰며 한국 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송경동 시인의 첫 산문집으로, 꿈을 저당잡힌 채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주는 편지글이다. 삶의 근거지를 빼앗기고 그늘진 곳으로 내몰린 노동자들과 그들을 몰아낸 자본의 횡포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희망이란 이름으로 맞서는 그의 신념이 그대로 묻어있다.


시인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결과라는 한 길에 빠져 과정이라는 수만 갈래의 길을 무시하진 않았을까. 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양보하거나 나눠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무겁고 어렵게 했을까. 오만 가지 안타까웠던 순간들이 아쉽고, 아깝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평화롭게 재미있게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왜 우린 힘겹게 싸우며 서로 상처주며 가고 있는 걸까? 지금도...


시인은 또 말한다.

"무엇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연대가 필요한 곳에 연대하러 가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냐는 그 간명한 마음들이 살아나면 좋겠다."

정말 그리 되었으면 좋으련만. 꼭 무언가를 해결하고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것! 함께하기 위해 함께 간다는 것! 그 간단하고도 확실한 목적과 방향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송경동은 냉혹하고 불의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오늘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희망버스'를 타고, '사라진 아이들'과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한 모든 '약자들'의 편이 되어 지금도 달리고 있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의한 현실 앞에서 마음으로는 분노하면서도 용기있게 나서지 못하고 맞서 싸우지도 못한다. '이상한' 나라가 만들어 놓은 규율 속에 갇혀, 그들이 가르치는 훈육의 '현실'에 굴복하며 꿈꾸기를 포기한 것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송경동 시인은 우리를 대신하여 기꺼이 '꿈꾸는 자'가 되었다.


송경동 시인은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부산 구치소에 수감되는 곤욕을 치렀고, 세월호 참사 집회에서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기도 한다. 책 제목 그대로 '꿈꾸는 자는 잡혀가는' 시대이다. 하지만 시인의 시와 글은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희망버스는 달리고 세월호 행진은 계속된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계속 꿈꾸고 있는 것이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

.

.

그러나 풀려난다!

그리고 다 차지한다!

.

.

.

그리고 기어이

결국은

만민을 구원한다!!!!!